[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국내 최고 학부로 손꼽히는 서울대에 합격하기 위해선 내신이 반드시 ‘올 1등급’이어야만 할까. 서울대가 최근 직접 공개한 2024학년 수시합격자의 서류를 종합한 결과 일반고에서 주요교과 2등급을 받은 학생도 다수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학년 사범대 교육학과 합격자 가운데는 수학이 1~3학년 평균 2.6등급인 학생도 포함됐다. 사회에서 2등급을 받은 학생도 합격했다. 공과대 조선해양공학과 합격자 가운데는 국어평균이 2.8등급인 경우도 있었다. 물론 내신이 고교활동의 큰 축인 학습활동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1등급’이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대는 아로리 입학안내-‘나도 입학사정관’ 코너에 교육학과 조선해양공학과 첨단융합학부 2024학년 합격생 각 3명, 총 9명의 수시합격자 서류를 공개했다. 모두 일반고 출신이다. 학생부 교과성취도(내신성적)와 이수한 과목 내용, 학생부에서 발췌한 의미 있는 학습노력과 학습경험이 소개됐다.
2024학년부턴 자소서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학생부가 평가 서류의 전부다. 부족한 내신은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포함해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으로 보완해야 하는 셈이다. 역량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든 가운데 학종의 본산인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부라는 점에서 학종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중요한 학생부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서울대는 이를 학교생활에 필요한 밑거름으로만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합격자들의 이야기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울대는 “각자의 환경에 맞게 선배들의 이야기를 활용해 여러분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써 내려 가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로리는 ‘지인’ ‘지식인’을 뜻하는 우리 옛말로 서울대 학종을 대비하는 수험생을 위해 발간하는 학생부종합전형 특화 정보 웹진이다. 서울대가 아로리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그 중 ‘나도 입학사정관’ 코너는 아로리의 대표 콘텐츠다. 이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서류평가 시뮬레이션 코너다. 공개된 서류 내용을 토대로 이용자가 직접 학생을 평가할 수 있고, 자신의 평가 결과와 다른 이용자들이 평가한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구성이다.

<교육학과 합격생 3인.. 돋보이는 ‘지식의 전달력’>
서울대가 아로리에 직접 공개한 교육학과 합격생 3인의 서류를 살펴보면, 일반고 출신이지만 주요과목에서 2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도 합격증을 손에 쥐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에 합격하기 위해선 ‘1등급’이 무조건 선행돼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결과인 셈이다. 실제 교육학과 합격생 C의 수학 교과등급은 전 학년 평균 2.6등급이었다. 국어 역시 1.6등급으로 월등히 높은 것은 아니었다. B학생의 경우에는 사회가 2등급이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내신등급은 높은 편이다. C학생의 경우 영어와 과학에서 전 학년 1등급을 놓치지 않았고, 사회도 1.28등급으로 상위권을 지켰다. B학생은 국어와 영어 두 과목에서 전 학년 1등급을 받았고, 수학 과학은 1.5등급을 유지했다. A학생의 경우 국어 1.21등급, 영어 1.42등급, 수학 1.21등급, 사회 1.58등급, 과학 1.5등급 등으로 전 과목이 평균 1등급대를 기록했다. 재적인원 역시 평가에 반영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C학생의 경우 수학이 2점대 후반대에 그쳤지만 평균 재적인원이 90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감안한다. B학생의 평균 재적인원이 249명으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학생의 성적이 갖는 의미가 다르다. 즉 전체 내신성적을 1등급대로 유지했는지 여부가 합불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세 학생의 학생부에는 공통적으로 ‘지식의 전달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뛰어난 이해력과 학습력은 물론 습득한 지식을 주변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눠준다는 점이다. 진로와 관련된 활동이 드러났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동아리에서 모의수업 활동을 한다거나, 학급 멘토-멘티 학습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다거나, 교육 봉사활동 경험을 쌓는 등이다.
개인별로 살펴보면 A는 동아리 모의수업 활동에 참여했다. ‘논쟁 문제 수업 모형’을 적용해 ‘사형제도 찬반 토론’이라는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 때 사형제도와 관련된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를 폭넓게 준비하고 단계별로 쓸 수 있는 학습지를 체계적으로 만들었다. 학습자가 사형제도와 관련된 사실을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가치 갈등을 해결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려운 모형을 공부하여 수업에서 완벽하게 구현하고, 수업을 능숙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탐구력과 수업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는 교사의 평가가 기재됐다. 학업 면에서는 뛰어난 이해력뿐만 아니라 추론 능력을 지녀서 소위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아는 역량’을 지녔다고 평가됐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강점이 있어서 학습활동에 관한 토의를 할 때면 의논한 내용을 마지막에 글로 정리하여 모둠원과 공유했다는 점도 기재됐다.
B학생은 교육학과가 인문계열임에도 수학과 과학 활동이 학생부에 많이 드러났다. “수학적 사고력이 매우 뛰어나 남들이 꺼리는 발표수업에 솔선수범해 문제를 풀고 설명함으로 교우들에게 많은 신망을 받는 학생”이라는 설명이다. 동아리 활동에선 ‘삼각비의 개념과 활동’을 주제로 중3 대상의 모의수업을 계획해 진행했다. 삼각비의 개념을 간단하게 알려주고, 고양이를 구조하는 문제 상황을 제시하여 활동지를 이용해 고양이가 위치한 나무의 높이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활동했다. 학습자의 흥미와 학습 동기를 자극한 점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모두가 인정하는 책임감 있는 리더” “2학기 학급 회장을 임하며 조용한 카리스마로 반 전체를 아우를 수 있고 교사가 학급을 걱정할 일이 없게끔 만드는 학생” “지식을 혼자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됨” 등의 내용도 학생부에 기재됐다.
C학생은 진로와 관련된 활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관련 분야의 책을 읽고 활동한 내용도 많이 드러났다. ‘교육의 차이’를 읽고 서평을 작성, ‘정의란 무엇인가’ 중 칸트 철학을 참고해 교육은 목적 그 자체여야 한다는 본인만의 교육목적론을 세우기,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읽고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와 필요정책에 관해 토의하는 활동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의대 블랙홀, 명문대 자퇴, 고등학교 자퇴 증가에 관한 기사를 바탕으로 교육이 소통과 성장이 아닌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내용도 기재됐다. C학생과 관련한 교사의 평가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비교적 뚜렷한 생각을 갖고 있어 각종 교육이론과 정책을 분석하고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활동에 관심이 높음” “스스로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보며 본인의 이해도를 파악하고 배운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한 뒤 적용해보며 지식을 온전히 본인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함” “친구들 사이에서 OO처럼 살아야 한다는 문구가 나올 정도로 성실성과 자기주도적 태도가 훌륭함” 등이 학생부에 담겼다.
<조선해양공학과 합격생 3인.. 두드러진 ‘지식의 확장’>
공개된 조선해양공학과 합격생들의 학생부에서 공통적으로 두드러졌던 역량은 ‘지식의 확장’이다. 호기심이 많아 과학 분야를 깊이 탐색하며,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수업을 받고 나선 추가적인 학습자료까지 능동적으로 취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강조됐다.
A학생의 경우 발전적인 모습이 부각됐다. 평소 코딩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던 학생으로 중첩에 대해 배우고 난 뒤 ‘중첩을 컴퓨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진수에도 응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고자 책 ‘과학은 어렵지만 양자 역학은 알고 싶어’를 읽었고, 양자 컴퓨터에 대해 조사하며 교과 내용 탐구를 진행했다. 학급특색활동인 자유주제발표에서는 온라인수업 증가로 정신적 피로도를 느끼는 교우들에게 현실감을 높인 메타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추후 교내 멘토링 활동시 활용가능한 메타버스를 구현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었는데 이를 직접 만드는 탐구활동을 수행해 냄으로써 목표지향적이고 발전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 밖에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로 작품에 대한 주체적인 해석과 의미를 확장시켜나가는 과정이 매우 출중함” “수업 태도에서 성실함과 적극성이 드러나며 어려운 문제의 발표를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발표를 맡은 다른 친구들의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하는 등 태도 및 실천능력이 매우 우수한 학생” 등의 내용이 학생부에 담겼다.
B학생은 넓은 사고의 틀을 가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서로 다른 풀이 방법을 찾아 해결해 보는 등 정형화된 풀이 방식을 벗어나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순수한 학구파’라는 점도 학생부에서 강조됐다. “수업시간 경청하며 단짝과 함께 물리 지식 및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물리 개념을 잘 이해하고 과학 탐구 방법을 잘 익혔다. 공부에 대한 욕심도 많아 모르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잘 알 수 있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진로 관련 발표 활동에서 수소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학우의 발표를 보고 수소차를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이후 후속활동 도우미로 참여하며 ‘수소연료전지자동차가 정말 친환경적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주최하는 등 지식을 확장시키는 활동도 학생부에 기재됐다.
C학생의 학생부에는 잠수함, 로켓 등 학생의 관심사가 묻어났다. 교과시간 중 작가 쥘베른의 소설 관련 지문을 읽은 후 해저 2만리에 나온 잠수함 노틸러스호에 대해 추가로 읽고 그 구조와 운용방식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배경지식도 많아 한 편의 글을 읽고도 다양한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하며, 그것을 활용할 줄 알며 논리적인 글의 흐름 파악 능력도 가장 뛰어난 학생”이라는 교사의 평가도 담겼다. 발표활동에서는 전기모터와 강철노드를 이용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로켓 발사 시스템을 고안,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른 교과에서 역시 “기상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본인이 연구하고 있는 로켓 분야에 적용해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면서 관심분야에 대한 진성성이 더욱 강조됐다. 이 밖에는 “교과 내용 전반에 관한 흥미도 크며 배경지식과 다양한 독서 전략을 통한 내용 이해도 매우 탁월함” “과학적 상상력이 풍부하며 문해력 및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우수함. 물리학부터 자연 현상까지 탐구 과정 자체를 즐기는 학생으로 우연히 발견한 박쥐의 생태까지 관찰하며 즐거워 이야기 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음” 등의 내용이 기재됐다.
<첨단융합학부 합격생 3인.. ‘과학 철학에 대한 고민’ 부각>
공개된 첨단융합학부 합격생들의 학생부에서는 과학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한 흔적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자연계열 학부지만 사회적 탐구력을 발휘하는 활동이나 문학작품의 분석,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도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유의미한 결과물을 냈다.
A학생의 학생부에는 과학과 관련된 도서를 읽고 진행한 활동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고전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활동에서 책 ‘엔트로피’를 책 ‘에너지의 미래’ ‘더불어 사는 세계관’과 비교하면서 융합적 사고역량과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적 성찰역량을 탁월하게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철학적 관점에서 고민하고, 과학기술 발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쟁점을 다룬 독서활동을 계획할 만큼 과학적 의사소통능력에 기반한 도덕적 공동체의식과 발전가능성이 남다르다는 평가도 기재됐다. 디지털 지능과 관련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비평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나타난 급격한 디지털, 온라인 기술 발달에 대해 높은 식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학급특색활동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과학은 ‘안경’과 같다고 발표하면서 본인의 철학을 역설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논리 정연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우수하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내용이 학생부에서 부각됐다.
B학생의 경우 탈원전, 인공지능 이슈 등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다. 탈원전 논란과 관련해 사회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동시에 안전권 보장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탈원전 찬성 입장을 밝힌 점이 인상적이다. ‘의료 인공지능’이라는 책을 읽고서는 앞으로 의학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의료 인공지능에 대한 장점만이 아니라 문제점도 고려하면서 앞으로 인공지능과 의료와의 공존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인간성 상실과 회복을 다룬 성난기계를 학습,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지니고 배려하는 삶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발표함” “지적 탐구심과 체계적인 기획력, 일을 추진하는 실천력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학생으로 전 교과 성취도가 매우 우수하며,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 일과 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학습관리와 독서를 꾸준히 실시” 등의 내용이 학생부에 기재됐다.
C학생은 철학하는 삶을 이해하고 성찰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점이 강조됐다. 철학적 사유를 실생활에 적용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판단 역량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관심 분야에 따라 조사 활동을 통해 사고를 확장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빅 데이터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2명의 친구들과 공동으로 탐구를 진행하면서 프리즘을 통해 미국이 주요 인터넷 기업과 개인의 정보를 수집한 것, 대형 소매 유통업체가 임산부 구매 품목 정보를 분석하여 임산부를 위한 할인 쿠폰을 만든 것, 국내 유명 포털회사의 톡에서 발견된 국가기관의 사이버 검열 등을 열거하고 그 해결 방안으로 ‘익명화 기반 비 식별화 조치방법’과 ‘가명 처리’, ‘데이터 삭제’, ‘데이터 마스킹’을 제안했다. 이 밖에 “교재의 예문을 보고 가능한 모든 해석을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정리한 후 교사와 함께 가장 타당한 해석을 고민할 정도로 분석력과 학업 수준이 상당한 학생” “주어진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알고 능동적으로 탐구함” 등의 내용이 학생부에 담겼다.
<'대입에는 미반영' 자소서도 공개.. 면접자료로 활용 가능>
서울대는 합격생 9인의 자기소개서도 함께 공개했다. 단 2024학년부턴 자소서가 폐지되면서 대입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은 자료지만, 대학생이 된 합격생들이 자신의 고교 생활을 돌아보며 작성한 내용이다.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에서 더 나아가 해당 활동을 하게 된 계기, 과정, 느낀 점 등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서류에 대한 이해를 한 층 높일 수 있다. 올해 역시 자소서 없이 입시가 진행되긴 하지만 실제 합격자들이 본인의 역량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흐름을 파악하면서 면접에 대비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