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2028대입개편까지 정시40% 유지를 고수하던 교육부가 5일 발표한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을 통해 정시40% 완화 가능성을 비췄다. 기여대학사업 내 자율공모사업을 신설, 그 중 ‘전형 운영 개선(2022개정교육과정 연계성 제고 등)’ 항목을 통해 고교학점제를 반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형 운영 계획을 제시할 경우 40%로 고정된 비율을 30%까지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정시40% 폐지를 강조해온 서울대부터 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 축소에 동참하고 학종을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교육부가 태도를 바꾼 배경엔 2025고교학점제와 현행 정시40%가 상충되는 정책이라는데 있다.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지만 현행 대입이 정시 위주, 심지어는 대학의 자구책마저 논술 확대로 흘러가면서 교육부가 대입 방향을 환기한 셈이다. 본격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를 대입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대학에 아이디어를 제출토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입전형에 교과요소를 많이 활용토록 하는 것이다.
변수는 대선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정책방향이 뒤집힐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통령까지 나서는 정치의 교육 흔들기가 매 정권마다 되풀이됐기 때문. 교육이 정치의 볼모가 된 상황 속 교육부가 아무리 사업과 연계해 정시40%를 풀어줘봤자 정권이 바뀌면 또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교육부가 사업과 연계해 정시40% 완화 기조를 보인 이상, 정시40% 족쇄에 매인 서울 소재 16개대를 중심으로 정시 축소, 학종 확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입장에서는 족쇄를 풀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 정시40% 폐지에 앞서온 서울대부터 의대열풍으로 신입생 이탈 문제에 공감하는 고대/연대 등 상위대학까지 전형 운영 개선안을 만드는 데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고교학점제를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전형이 학종이라는 데엔 교육계가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 학종 중심 전형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공모사업 신설’.. 전형운영개선 선정대학 정시40% 완화>
5일 교육부가 발표한 기여대학사업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정시40% 완화 내용을 담은 자율공모사업 신설이 눈에 띈다. 자율공모사업은 4가지 분야에 대해 총 16개교 내외를 선정한다. △입학사정관 교육/훈련 △교육과정 직접 지원 △전형 운영 개선(2022 개정 교육과정 연계성 제고 등) △대입정보 제공 확대 등 4개 분야별 3~4개교를 선정해 사업비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교당 기본 사업비 대비 약 55%, 총 사업비 중 10%를 추가로 지원한다. 특히 이 중 ‘전형 운영 개선’에 선정된 대학은 정시40%를 30%까지 완화할 수 있다. 예정대로라면 4개교 내외를 선발하지만, 교육부는 지원상황에 따라 증감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자율공모사업에 얼마나 많은 대학이 지원할지 예상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 경쟁률을 고려해 분야당 4곳에서 증감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원년에서야 드디어 한계점을 깨닫고 대입전형 개편을 꾀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고교학점제는 대입전형의 정시와는 어긋나는 성격을 갖는다.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학생들이 진로/적성을 위한 과목이 아닌 수능 과목을 위주로 선택하게 되면서 고교학점제의 ‘다양한 과목 선택’이라는 취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학의 논술 비중 확대 역시 교육부가 태도를 바꾼 이유로 꼽힌다. 정시 확대와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가 맞물리며 대학의 학생 평가가 어려워지자, 대학은 최근 자구책으로 논술전형 확대로 방향을 전환했다. 전형계획 기준 전국 대학의 논술전형 규모는 2023학년 37개교 1만1016명, 2024학년 38개교 1만1140명, 2025학년 41개교 1만1269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논술은 여전히 사교육 유발 요소가 크다고 비판받는 전형이다. 교육부는 논술전형도 경계하고,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대입 연계까지 이뤄내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선 변수..교육의 정치화 “언제든 상황 뒤집힐 가능성”>
문제는 대선이다. 애초 정시40%가 대표적인 교육의 정치화 사례로 꼽히는 만큼 정권에 따라 또 다시 교육정책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 탄핵 정국 속 결정권자 역시 부재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 교육 전문가는 “그간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오면 정시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었다. 교육부가 아무리 사업과 연계해 정시40%를 풀어줘봤자 정권이 바뀌면 또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시40%는 문재인 정권이 ‘조국 사태’ 수습책으로 4년 예고제까지 무시하며 직접 지시한 대표적인 교육의 정치화 사례다. 정부는 이후 11월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서울 소재 16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에 학종 등 정성평가 위주 전형을 축소하고 수능전형과 교과전형 등 정량평가 위주 전형을 확대토록 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 역시 매머드급 변화인 의대증원과 무전공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며 교육의 정치화를 되풀이했다. 최상위권서부터의 입시 판도를 흔드는 매머드급 변화인 의대증원과 기존 학과들의 정원과 입결을 흔드는 무전공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2025대입은 물론 2026대입까지 안개에 쌓인 상황이다.
대학 역시 제한 완화가 반갑다는 입장과, 아직 설레발은 금지라는 입장으로 나뉜다. 한 입학팀장은 “그간 새롭게 전형을 꾸려보려해도 정시40%때문에 턱턱 걸릴때가 많았다. 어쨌든 이번에 교육부가 대입 자율화를 일부 허용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설레발 칠 일은 아니다. 그동안 정시40%에 묶인 대학이 불편했던 것은 맞으나, 올해 대선이 있어서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애초 정시40%를 지원사업과 연계한 것도 의문인데 갑자기 정시까지 풀어준다고 하니 의뭉스럽다”고 전했다.
<SKY 중심 정시 축소 예상.. 대학 ‘학생부 정시 반영 등’ 선제대응>
전문가들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중심으로 정시 축소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애초 서울대는 2028서울대 대입전형 포럼 등에서 정시40%로 강제한 수시/정시 선발 비율을 재고해야 한다고 피력했기 때문. 5일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는 당연히 정시 축소 방향으로 대입 전형을 연구할 계획이다. 연대와 고대 역시 비슷한 방향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정시확대 이후 합격생의 지역 편중과 고교 편중이 심화했을 뿐 아니라 전공 충실도 역시 감소했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정시 입학 1학년의 자퇴와 휴학 역시 증가했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수능 특성상 재수생을 중심으로 의대 등에 재도전 해 이탈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수시는 합격생의 약 95%가 고3 재학생이었지만 정시는 약 60%가 재수 이상의 학생이었다. 지난해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는 항상 연구나 세미나 등에서 자율성 확보의 일환으로 정시 비율을 축소해달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정시확대와 의대 선호가 맞물려 학생 미등록과 휴학, 자퇴가 급증하는 등 이탈률이 심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자율성이 위축돼 자체적인 해결책 제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학은 아직 교육부가 원하는 방향이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교육부 역시 대학에 아이디어를 받는 차원에서 관련 사업을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금 교육부도 대교협도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에 대해 명확히 계획된 게 없다. 그러니 대학에 고교학점제 등 교과요소를 대입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내놓토록 요청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각 대학은 곧 발표할 2027대입서부터 선제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3학년 서울대, 2024학년 고대에 이어 2026학년엔 연대와 한양대가 수능전형 학생부 반영에 합류했다. 2027학년 역시 정시의 학생부 반영이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4주기 기여대학사업 ‘2025~2026년’.. 80개교 2년간 지원 ‘585억 지원’>
2014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4주기인 기여대학사업은 80개 내외 대학을 선정해 2년간 지원한다. 지원 액수는 585억3300만원이다. 사업은 기본사업(공통)과 자율공모사업(선택)으로 나눠 운영한다. 기본사업은 80개교 내외로 521억을, 자율공모사업은 16개교 내외로 57억 내외를 지원한다. 지원금은 입학사정관 인건비와 교육/훈련 경비, 고교(시도교육청) 협력 활동 운영비, 사업 성과 확산 등에 필요한 비용, 대입전형 연구비 등에 쓸 수 있다. 기본사업의 목표는 대입전형 운영을 통한 고교교육 지원과 사회적 책무성 확보이며 자율공모사업은 대학별 특성에 맞는 분야별 선도모델 발굴과 성과확산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자율공모사업은 ‘기본사업과의 차별성’, ‘고교교육 기여 가능성’, ‘성과확산 가능성’을 중점 평가하여 기존 사업에서 수행하기 어려웠던 과제들에 대한 추가 수행을 통해 고교교육에 더욱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성과를 확산한다.
이번 사업에서는 고교교육과 대학 간 연계를 확대한다. 대학이 선택과목 개설, 창의적 체험활동 제공 등 고교 교육과정을 직접 지원하거나 진로체험 프로그램, 소외지역 진학 컨설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교교육을 지원하도록 한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인재상을 반영해 대입전형을 운영하고, 2028대입개편안 취지를 반영한 전형 설계도 준비하도록 한다.
대학의 대입 관련 사회적 책무성 제고도 중점 추진 방향이다. 입시설명회, 상담 등을 통해 대입정보 접근성을 제고하고, 공교육 범위 내 대학별 고사 출제, 사교육영향평가 등을 통해 학생/학부모의 사교육 부담 완화 노력을 유도한다. 기회균형/지역균형선발 등 의무 선발 비율 준수와, 입학생의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도록 지원한다.
대입전형 운영의 공정성과 전문성도 제고한다. 평가 공정성 확보를 위한 관련 방침(블라인드 평가, 대입전형 회피/배제 가이드라인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퇴직 입학사정관의 사교육업체 등에 대한 취업제한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대학의 자정 노력(취업 현황조사 등)을 지원한다. 평가 전문성 확보를 위해 입학사정관들의 고용 안정화와 교육/훈련 체계화도 지원한다.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대학은 14일까지 사전접수를 해야 하며, 사전접수 대학은 내달 24일까지 사업신청서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사전접수, 사업신청서 제출 방법, 선정평가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주희 인재정책기획관은 “2025~2026년은 대학이 2028대입개편안 취지를 반영해 새로운 전형 설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각 대학이 학교교육을 통해 준비 가능한 대입전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충실히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