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대학이 주축이된 ‘학교 밖 교육’이 시행4개월만에 위기에 빠진 고교학점제의 현실적인 타개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과목 개설의 부담을 지닌 고교 대신, 대학과 기관이 나서 학점 인정 강의를 제공하는 교육과정이다. 특히 올해 한양대 동국대가 나섰고 내년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상위 대학이 팔을 걷어 붙였다. 입시주체인 대학이 진행하는 강의라는 점에서 고교현장에 대한 파장이 심상치 않다. 학생부에 관련 대학명이나 강사명 등은 기재하지 못하지만, 강의 내 학습 내용이 기재되기 때문에 ‘진로관심도’를 파악하는 대입에서도 사실상 긍정평가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사실상 ‘필수’라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학교 밖 교육’이란 고교학점제 취지인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해 ‘공동교육과정’ ‘온라인학교’와 같이 운영하는 제도 중 하나다.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을 대학/박물관/연구소 등 지역사회 기관을 통해 이수하는 교육제도다. 교수가 직접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대학의 우수한 기자재까지 활용해 교육의 질 또한 높게 평가받는다. 교육청은 승인된 기관의 과목에 한해 정규 수업 학점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졸업 요건도 충족된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교육’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교학점제 정책 보완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해당 제도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 밖 교육’ 운영이 가장 활발하다고 평가받는 경기교육청의 경우, 올해 1학기 한대, 2학기 동대에 이어 내년에는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들이 참여하며 제도적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도 ‘고교 교육과 대학의 연계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과목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교에게도, 전문 교과목 수강을 원하는 학생에게도, 사업비가 필요한 대학에게도 ‘윈윈’인 셈이다.

<’학교 밖 교육’ 고교학점제 속 타개책 되나.. 대학 강의 학점 인정 ‘주목’>
최근 ‘학교 밖 교육’이 고교학점제 혼란 속 타개책으로 부상했다. 다양한 과목 개설 부담이 있는 고교를 대신해 대학 등 기관이 나서서 과목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밖교육’이란 ‘공동교육과정’ ‘온라인학교’와 함께 고교학점제를 지원하는 제도 중 하나다. ‘공동교육과정’은 고교끼리 수업을 공유하는 형태, ‘온라인학교’는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제공한다면 ‘학교 밖 교육’은 지역사회 기관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해당 교육청이 지역사회 기관을 교육기관으로 승인하면, 대학이나 기관이 학점이 인정되는 강의를 개설/운영하는 식이다. 강사는 대학 교수, 미술관의 작가, 과학관의 연구진 등 누구나 될 수 있다. 고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과 동일하게 졸업학점이 인정되며 인정 학점도 각 교육청/고교와의 협의를 통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학교 밖 교육’은 고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신산업/신기술, 직업 전문 분야 등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다양하게 수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학생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교육청은 올해 1학기에 한대 한양대ERICA 등 12개 대학의 12개 과목을 승인해 운영해 현장의 긍정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경기공유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은 진로와 연관된 영역에서 전문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 매우 만족했다. 특히 학교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학습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올해 2학기에는 동국대, 내년에는 서강대 성대 경희대 등 유수의 대학이 참여해 46개 과목이 추가로 개설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올해는 중구청(동대 연계)과 지밸리산업박물관을 학교 밖 기관으로 승인했다. 경북교육청 역시 현재까지 지역의 대학 6개교와 공공기관 2곳을 학교 밖 교육자원 목록으로 안내했으며, 추가로 2개 기관을 선정해 안내할 계획임을 밝혔다. 인천교육청 역시 한대 성대 중앙대 인하대 등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교육협력 노력을 해오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1학기 주말 강좌 36강좌부터 14개 여름방학 강좌까지 다양하게 운영한다. 울산교육청은 올해 울산대의 2학점 수업에 이어 내년 10개 교과/프로그램을 승인했다.
- 대학/기관/교육청 ‘적극 참여 필요’.. 지역별 유불리 우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기관의 적극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2025년 고교학점제 본격 시행 후 고교 현장의 곡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과도한 과목 개설 등으로 인한 교사들의 업무량 폭증은 대표적인 고교학점제의 폐해이기도 하다. 3대 교원단체(교사노조 전교조 교총)의 고교학점제 실태조사 결과, 교사의 86.4%가 ‘깊이 있는 수업 준비가 어려워 수업의 질이 저하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고교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과목 개설이라는 고교학점제 취지와도 매우 적합한 교육과정이라는 평가다.
특히 대학/기관의 과목 개설은 뚜렷한 ‘수요자 친화 행보’다. 강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오롯이 감수한 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한 과목을 승인받고 운영하려면 그에 맞는 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돈이 부족한 단위학교가 충당할 수는 없고 대부분 대학이나 기관이 기부하는 것처럼 운영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방과후나 주말을 활용해 새로운 과목을 학습할 수도 있고 관심사에 맞는 과목을 수강할 수도 있다”며 기관을 향해 감사함을 표했다.
교육부 역시 적극적으로 운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시작했으며 최근 고교학점제 본격 시행에 따라 적극적으로 운영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학교 밖 교육’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해서도 지원 항목이 들어간다”며 기관의 적극 참여를 독려했다.
단 일각에서는 교육청별 ‘학교 밖 과정’ 개수에 따라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데 승인된 기관이 많은 교육청의 경우, 학생에게도 과목 선택권이 다양해지지만, ‘학교 밖 교육’을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교육청의 경우 학생에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서울 소재 상위대학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지리적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각 지역 내 대학과 기관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배경이다.
<입시업계 “사실상 필수”.. ‘진로관심도 긍정 평가’>
입시업계에서는 이를 입시와도 연관지어 분석, ‘사실상 필수’라고 강조한다. 입시주체인 대학이 운영하는 강의라면 입시에서도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한 입시업계 전문가는 “지금도 고교명은 블라인드지만 학생부에 기재된 자율활동이나 동아리활동 내용만 살펴봐도 대충 어느 고교인지 특정되는 경우가 있다. 학교 밖 교육도 비슷하다.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자교 프로그램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학생부에는 대학명/강사명 등은 기재할 수 없지만, 서류평가에서 ‘진로관심도’를 평가하는 학종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부에는 대학명과 강사명을 다 못쓴다. 특히 회피배제 제도에 따라 강의를 진행한 교수는 학생부 평가 등에 참여할 수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관심사를 찾아가는 학생의 활동은 긍정평가될 요소가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대학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 교육과정을 안들으면 우리 대학에 못 온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단위수업 운영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다. 특히 협약 과정에서도 어떤 고교는 받고, 어떤 고교는 받아주지 않는다면서 논란이 번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어 "대신 고교에 방문해 강의를 진행하는 등 창의적체험활동으로만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모두 학점 인정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않는다.
<입시제도와의 엇박자 여전.. 학생부 정성평가 ‘학종 유일’>
다만 입시제도와의 엇박자는 여전하다. 내신 등급제는 유지됐고 점수 위주 수능도 유지됐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진로와 관심사는 버려둔 채 성적 잘 나오는 과목, 수능에 유리한 과목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 설계 단계부터 고교학점제에 가장 적합한 전형으로 학종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2022년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대교협 하계세미나에 참석한 대학 총장 1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고교학점제 도입 후 대입에서 어떤 전형을 확대할 것인지’를 묻는 문항에 60.5%가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대학 총장은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는 수능전형을 통한 획일적 평가보다 다양성을 볼 수 있는 학종이 더 어울리는 제도”라며 “고교학점제와 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는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험생들의 관심이 높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은 정시40%룰을 적용받는다. 물론 서울대 한양대 동국대의 경우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내 자율공모사업의 ‘전형 운영 개선’에 선정됨에 따라 2028대입부터 정시 30% 완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상위대학이 정시40% 족쇄에 걸려있는 만큼, 수시전형, 그 중에서도 이수 과목을 정성평가 할 수 있는 학종의 비중까지도 제한된 셈이다.
애초 고교학점제는 정시와는 상충되는 성격을 갖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시는 수능100%로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부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교과전형도 내신 등급만 잘나오면 된다. 2028학년부터 일부 대학이 과목 이수 현황을 교과/정시 등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학교 밖 과정’ 등까지 살피는 학생부 정성평가 전형은 학종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